꿈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인데, 내용과 상관없이 꿈속에 내가 아는 인물이 나오면 어떤식으로든 연락을 한번 취해보는 버릇이 생겼다. 크게 왕래가 없던 친구가 꿈속에 나와서 메세지를 날려 보았더니. 오마이갓. 어머님께서 많이 위독하셔서 그간 병원에 계셨는데, 이제는 희망이 없어 어머니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길이라는 답장이 온다. 아 - 해피 뉴이어라고 해줘야 할 타이밍인데 이건 도대체 뭐라고 얘기를 해 주어야 할 지 모르겠더라. 받을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전화를 돌려 보았더니 의외로 담담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다. 이제까지 너무 울어서 지금은 좀 괜찮다고 씩 웃어대는데, 그냥 너무 허전하다고 씩 웃어대는데 내 목구멍은 왜 막히는건지. 힘내라는 말 밖에는 생각이 나질 않았다. 뭔가 정말 기운이 될 만한 말이 없을까 찰나에 고민을 해 봤지만. 그날 밤, 원인모를 몸살이 나를 엄습해 왔고, 2009년의 마지막날을 초고온 전기장판 위에서 땀을 내며 보내야 했다. (흑 서럽다 ㅠ)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 새해 인사를 보내는 중에도 끊임없이 그 친구 생각이 떠나질 않아 코막힘때문에 변조된 목소리-_-로 전화를 했더니, 피곤하지만 꽤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다. 그리고는.. 아직 돌아가시지 않았어, 아직 여기 계셔.
바보. 그런 대답이 어디있냐라고 한소리 해 줬지만, 아유.. 나도 너무 기쁜거다. 흐르고 있는 콧물에 눈물까지 흘러 아주 더럽기 짝이 없는 몰골이 되었지만 정말 너무 기뻤다. 조심스럽게 어떻게 된건지 물어봐도 되냐고 했더니, 자기도 막 영화를 찍은 것 같은 기분이라며 갑자기 흥분;;을 한다. (아무렴 어때, 미치지만 말아라 ㅋ) 어머니께서 말씀을 못하시는 건 물론, 동공도 이미 확장이 되었었다고 한다. 위독하셨지만 그래도 너무 갑작스럽게 진행된 일이라 다들 안타깝고 속상해 했단다. (나라면 의사 멱살을 잡아 뜯었을지도 모르는 일) 그렇게 어머니를 집으로 모시고는 아들 딸, 아버님까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어머님께 하고 싶은 말을 하는데.. 아버님께서는 눈물 범벅이 되었지만 여전히 무뚝뚝하기 짝이 없어 계속 "말좀 해봐, 말좀 해봐" 라고 만 하셨다고 하고, 친구녀석은 (늘 어머니께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못해드려서 아쉬웠다고 했다) 어머니 볼에 입을 맞추면서 사랑한다고 속삭여 드렸단다. 그리고 이 집에 문제거리가 하나 있는데 죽으라고 말 안듣는 막내. 어머님의 약한 손을 살포시 잡고 "엄마, 엄마 말 안듣고 맨날 속상하게 해서 미안. 엄마 나한테 마당에 채소심고 싶다고 했었는데, 내가 귀찮다고 했잖아. 엄마 빨리 일어나서 같이 심자. 내가 제일 좋은 씨로다가 사다 놓을께. 씨도 사러 같이 갈까. 채소도 심고, 또 뭐 하고 싶은데. 엄마 하고 싶은거 다 하자. 내가 같이 할께 엄마. 엄마가 나를 이렇게 건강하게 키워줘서 뭐든지 다 할 수 있다, 진짜 고마워 엄마. 엄마, 빨리 일어나, 채소 심자." 라고 했단다. (이젠 휴지로도 감당이 안된다. 이 구멍들로 나오는 액체들이) 그 순간.
어머님 볼을 타고 한줄기 눈물이 '똑'하고 흘렀다.
대부분의 자기 계발서에는 감사하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완전 중요하다며 잉크를 아끼지 않은 것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눈으로 쫓으면 내용을 읽을 땐, 아.. 그렇구나, 그렇지. 이야.. 하며 머리로 이해를 한다. 몸과 마음 모두로 흡수가 되었다고 오해아닌 오해를 하면서. :) 책을 통해서 이런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한번 더 각인 시킬 수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이미 우리는 세상이라는 교과서 안에서 모든 것을 배우고 느끼고, 그래서 실천하는 중인거다.
어머님은 2009년 12월 31일 다시 병원으로 모셔졌고 2010년 1월 1일 의식을 되찾으시고 말씀도 하시기 시작하셨다. 비록 기운이 없으셔서 많은 말씀은 못하시지만, 내가 누군지 아냐고 물어본 친구의 물음에 친구 이름을 부르셨다고 한다.
어머니, 뵌지 너무 오래된 것 같아요. 건강하세요, 꼭. 제가 올해 꼭 맛있는 사탕들고 찾아 뵐께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