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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루 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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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에 떨어진 것 과 다를 바 없었던 입사 첫날. 눈물을 그렁그렁 맺고선 나는 앞으로 뭘하면서 시간을 보내느냐 라고 물었더니 - 나랑은 띠동갑차이 밖에;; 안 되는 사수께서 무게를 한껏 잡으시며 " 유(you)의 잡(job)은 프로젝트(project)를 킥오프(kick off)부터 양산까지 디테일(detail)하게 매니지(manage)하면서 커스터머(customer)에게 베스트 새티스팩션 (best satisfaction)을 주는 것이야, 언더스탠?"
-_- 이 아저씨 코메디 하는 것도 아니고 뭐 좀 있어 보이려고 영어를 있는대로 섞어서 말씀하시나.. 차라리 죄다 영어로 하지 하면서 - 내가 할일이 그런거라고, 그래서 뭘 해야하지 - 했다. (4-5년을 이런;;환경 속에서 지내다 보니 나조차도 저렇게 이야기 하는게 익숙해 져 버렸다. 습관이기도 하지만, 정말 가끔은 우리나라말로 적당한 표현이 생각이 안날 때가 대부분이다, 왜 - 국어 못했으니까;;) 그런 이후에 누군가가 나에게 "그래서, 하는 일이 '구체적'으로 머야?" 라고 물어보면 점 점 점. 난 고객 감동을 실현하고 있어. +_+ 라고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재수없지 않은가. 또 구체적으로 뭐냐고 묻는다고 해서, 하루에 피벗은 30번 이상 정도 돌리고 브이루껍은 19번 정도 걸어 보며, 들어오는 이메일은 200개가 좀 안되고 나가는 이메일은 100개가 좀 안된다 라고 그러면, 아예. ㅎㅎ 하는 일이 뭐냐. 참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인 것 같다. 하고 있는 일의 정체성이 없는 것도 아닌데 그거 하나 자신있게 대답하지 못한다는 것이 어떨 땐 안타깝고 부끄럽기도 하다. 같은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 아니니 그에 맞춰 설명하기가 난해해서 그렇다고 치지만, 정작 같은 회사에 다니는 사람이 물으면 당황스럽기 짝이 없다. "무슨 무서에요? 아.. 거기? 거기는 무슨 일 해요? 난 도무지 그 부서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던데." 니가 와서 직접 봐라... 라고 말하고 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ㅠㅠㅠㅠㅠㅠ 최근에 읽은 책 [Quite,please by Scott Douglas] - 심심할 때 읽기에 꽤 괜찮음 - 을 보면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난 아직도 사서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지만 (왜냐면, 도서관을 안다녀 봤으니까, 사서를 본 적도 없으니까) " 실제로 하는 일이 뭐야?" 어느날 내가 이메일을 확인하고 있는데 롤런드가 나에게 물었다. 나는 이 질문을 원래도 싫어하지만 같이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람이 이 질문을 하면 더 싫었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보통 이렇게 대답했다. "아, 알잖아. 도서관 일 같은거." 이렇게 대답하면 대부분은 만족했다. 나는 같은 분야에 있는 사람이 질문을 하면 거짓말로 얼버무릴 수 없기 때문에 좀 더 복잡해진다. 나는 내가 생각해 낼 수 있는 가장 그럴듯한 말로 답했다. " 내가 무슨일을 하냐고? 내가 하는 일 다 봤잖아" 롤런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거야, 네가 일하는 걸 못봤어. 이메일을 확인하고 인터넷 서핑을 하는 건 봤지만 실제로 사서다운 일을 하는 것 못봤어. 물론 넌 사람들을 도와주고, 자기가 일하는 분야에 대한 지식도 있어. 하지만 난 그런 일 말고 네가 정말로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싶어." 나는 그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나 하는 일 많아" "물론 그렇겠지, 나도 언젠가 사서가 되려고 생각 중이어서 네가 하는 일을 알고 싶어." 나는 머리를 굴렸다. 그가 뻔히 알기 때문에 아무 말이나 지어 내서 둘러댈 수는 없었다. "책을 분류하고 출판 경향을 연구하는 일을 하지."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건 나도 하는 일이야. 어쩔 땐 너보다 더 많이 해. 나는 안 하고 너만 하는 일 없어? 우리가 하는 일에 차이가 없냐고?" 나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냉소적으로 말했다. "당연히 있지! 나는 너보다 월급을 많이 받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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